겸손
겸손은 내가 경험한 모든 가치 중에 가장 세심하며 현명한 태도다.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공손함,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예의를 잃지 않는 정중함, 상황을 경솔하게 판단하지 않고 담담하고 점잖게 대할 줄 아는 신중함. 겸손은 이 모든 마음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태도.’ 이게 바로 겸손함이다.
그렇다 보니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람이 겸손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물론 겸손이 모두에게 최우선의 가치는 아닐 것이다. 선두로 나설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뒤에 물러나 있는 상황을 결코 원치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사실만은 분명하다. 거만하게 굴고 오만하게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겸손은 고상함과 품위를 지니고 있지만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그로 말미암아 과소평가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겸손이란 바로 그 과소평가라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과소평가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약점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과소평가에는 언제나 반전의 묘미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평소 나서지 않고 늘 소박하고 겸손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할 일이 끝나면 ‘별것 아닙니다’라는 말을 붙이는데,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그가 어떤 재능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한 일이 모두가 깜짝 놀랄 만큼의 성과로 나타났다.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진짜 대단한데!”, “아니, 이런 능력자를 우리가 몰라봤다니!” 단 한순간에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인상적이고도 매우 효과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제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참 멋진 태도다. 조용하고 소박하게 느껴지지만 결국 이 태도는 스스로의 가치를 가장 현명하게 높이는 길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약해 빠진 태도로는 손해 보기 십상이다”는 말은 이제 접어두시라. 대신에 ‘겸손한 그 태도가 좋아서 결국 더 멋진 결과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해 보자. 자기도취에 빠져 허우적대는 시끄러운 사람들의 반대편에서, 조용히 자신의 존재감을 빛내며 능력을 발휘하고 신뢰를 얻는 사람들.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보여주는 현명함이 말로만 요란하게 떠드는 사람들의 허울보다 더 필요하고 또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쪼록 즐거운 독서가 되기를 바란다.
출처 :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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